대성이의 7번째 생일. :: 2008. 3. 16. 05:20

엄마 아빠는 2001년 5월에 결혼을 해서 2002년 3월에 너를 낳았으니 신혼은 커녕 치열한 육아의 현장을 살아야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것은, 워낙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 엄마와 아빠가 그때가 아니였다면 결혼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이 없이 결혼생활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란다.

네가 있어서 좋은 것은, 한 개인으로서도 살아가기 벅찬 세상에 자식을 키움으로서 희생과 그 사랑으로부터 오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래, 부모가 되지 못하면 절대 깨닫지 못하는 세계란다. 그래서 네게 항상 고마워. 희생을 알게해줘서, 그리고 그 희생이라는 것이 결코 손해가 아닌 오히려 더 큰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임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올해는 부활절이 3월, 바로 다음 주에 있단다. 부활절이란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못박히시고 부활하신 날을 기념해서 지키는 절기인데, 예수님의 죽으심을 우리는 '희생'이라고 말하지.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희생'과 '사랑'은 이해되지 않고 피상적이며, 자신과 상관없는 그런 단어이지만, 아빠와 엄마는 너를 통해서 그것이 삶 속에서 어떤 힘을 갖게 되는지 알게 되었단다. 너를 통해 얻은 삶과 신앙의 숨겨진 지혜만으로도 평생 너를 키우는데 힘들어하거나 낙망하면 안되는 빚을 진 셈이란다.

아들! 이제 한국나이로 7살인데 여전히 말을 못하지? 한국의 법률상 너는 곧 학교를 가야해. 아니 올해부터 뉴욕에 와서 살게 되더라도 내년이면 학교를 가야한단다. 큰일이지? 그래, 네 스스로도 그에 대해서 무척이나 힘들어 하고 있다는거, 엄마 아빠도 잘 알고 있단다. 때로는 야멸차고 혼도 내고 매도 들지만 항상 그 뒤에 있는 안타까움과 눈물이 있다는 거 기억해줬으면 좋겠구나.

다른 욕심이 있는게 아니란다. 다른 아이들보다 네가 뛰어나길 바라는 것도 아니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말하고 듣는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것이거든. 원래 못하는 것이라면 어쩔수 없지만 너는 그게 아닌 것 같기에 그런 학습과 훈련이 필요한 것이란다. 네게 있어 무척 힘든 과정이라는 것 잘 알지만, 네가 자라서 "내 부모님은 항상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했구나"라고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생각해보면 6번의 네 생일 중에 3번은 아빠 곁에 없었던 것 같구나. 무척이나 아쉽지만 언젠가 그토록 사랑하는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까지 해온 일들이 네게 자랑스럽게 여겨지도록, 아빠는 그런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단다.

오늘 엄마랑 롯데월드에 다녀왔다지? 어눌하긴 했지만 모니터 너머에서 즐거운 표정을 가득 담고 '좋았다'는 네 말에 한 주간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단다. 엄마 아빠는 대성이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단다. 다만 세상의 어떤 시선도 두려워않고 하나님과 자신 앞에 떳떳한 사람으로 자라줬으면 좋겠다. 그렇기만 한다면 엄마와 아빠는 너를 키워온 일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느껴질꺼야.

늘 작은 것에 충실하고, 높은 곳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과 하나님께 사랑받는 대성이로 자라길 기도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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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크리스마스.경주